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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사람

청년1966 2013. 1. 13. 22:22

내가 사는 농촌엔 늙은 노인들이 많다.

갈퀴같은 손 흙빛 피부 깊은 주름의 그 노인들은,

사람키보다 작은 콩이며 감자며 들깨를 돌보다

허리마저 굽어버린 그 노인들은,

이번 선거에서 모두 박근혜를 찍었다

8개월전 총선에선 새누리당을 찍었고

또 2년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찍었다

 

찬란했던 가을하늘 한번 올려다 보지 못하고

반짝거리던 가을햇살조차 등을 진채로

다섯시간을 웅크린채 골라 낸 콩

고작 서되, 읍내 장에 가서 팔아 쥔 삼만원

그 고된 노동의 손으로

박근혜를 찍었다

평생 제손으로 호미한번 쥔적없고

사람들과 악수를  많이 해서 손을 다쳤다는

그 곱고 하얀 손을 가진

박근혜를 찍었다.  

 

선거다음날엔 꼴도 보기 싫었다

그 다음날에도 얼굴보기 싫었다

하지만 내 밥상위엔

그 노인네들이 차려놓은 콩자반이며 나물들을

나는 우적우적 씹고 그 단물을 삼퀴면서

한번도 말한번 나눠본적도 없는

노인들 다 죽어야 세상이 변한다고

더 당하고 고생해봐야 정신차릴거라고

나는 말하곤 했던것이다.

 

어쩌면 세상은

그 노인들이 말하듯

쉽게 변하지 않아서

더 간절하고 절실한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여전히 세상을 향해 가슴 열고 사는것인지 모른다.

 

이! 그러고 보니

그 답답한 노인네가

내 밥상을 차려주면서 세상을 향해 가슴까지 열게 만든

고마운 사람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