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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를 떠나 보내며
청년1966
2014. 10. 6. 21:54
장모를 떠나 보내며
장모가 세상을 떠났다.
이세상을 떠나 저세상으로 갔다.
배에 물이 차올라 그 작고 여윈몸이
열여덟 계집애 다리마냥 하얗고 통통하게 부었다.
에엑, 에엑, 거리던 신음소리 굴꺽 삼키고
닷새쯤 산소호흡기 도움받아 색색 거리던 숨소리마저
끝내 멈추고
그녀는 홀연히 떠났다.
그녀가 살던 집을 정리하고
그 집에 우리집을 옮기면서
자질구레한 그녀의 흔적을 치운다
닳은 그릇이며 색바랜 사진이며 때묻은 세탁기까지
그녀가 만지고 사용했던 물건들은
그녀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지만
그녀만 이제 없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각한다
생명은 이미 죽음을 대가로 존재하고
삶이란 다음 삶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주는 것
발버둥칠일도 가슴칠일도 아니다
먼지를 걸러내기 위해 기침을 하는 것처럼
병균과 싸우는 동안 지친 몸을 쉬게 하기위해 몸살이 나는 것처럼
아픈곳을 돌보라는 신호를 주기위해 통증을 느끼는 것처럼
삶을 절절히 살라며 죽음이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것은
아직 곁에 있는 사람을 더욱 사랑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