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추비와 제초

청년1966 2009. 6. 30. 22:37

중기제초제를 뿌리고 최소 3일간 논물을 가득 채운뒤 이제는 반대로 논물을 완전히 뺀다.

추비를 하기 위해서다. 추비란 '추가비료'의 준말이다. 즉 복합비료를 로타리 칠때 뿌리는 건 '밑거름'인 반면 추비는 잎에 직접 뿌린다고 해서 '엽면시비'라고 한다.

 

 

뿌리가 완전히 활착하였으므로 며칠 논물이 없다고 해서 모가 죽지 않는다. 비료를 뿌리기 직전과 직후 이렇게 논바닥이 갈라질만큼 논물을 빼는데, 추비인 '요소'비료는 물보다는 흙에 곧바로 흡수되어 비료효과가 크기 때문이고, 이를 통해 벼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함이다.

벼는 성장할수록 '도복'(쓰러짐)위험이 크지는데 특히 태풍이 오는 8,9월쯤이면 그 위험이 가장 높아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뿌리를 튼튼하게 해야 하는데 논물을 채웠다가 또 완전히 빼는것을 반복하면 뿌리가 땅속 깊숙히 내리므로 도복위험이 줄어드는 것이다.

사람도 그러하다. 평온과 시련을 두루 겪는이가 쓰러지지 않고 견결하게 살아갈수 있으리라....

 

 ▲ 비료살포기로 추비하는 모습.

 

요소비료는 농협창고에 가서 샀다. 농협의 조합원으로 등록되어 있어 보조를 받았는데도 4포에 5만원을 주었다. 작년에 1포에 만원도 채 하지않았다고 하는데, 비료에 농약값은 오르고 쌀값은 20년동안 제자리만 하고있으니 우리농업은 갈수록 힘이 든다.

비료를 뿌릴려고 어깨에 메는 통에 비료를 담아 논바닥에 들어갔다. 보통 초보자들은 비료를 골고루 뿌릴수가 없어 나중에 보면 벼가 '파도타기'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최대한 골고루 뿌릴려고 애를 썼다. 한골을 지났을까. 아랫논 할배가 비료살포기를 메고 지나다 참견을 한다. "손으로 못한다. 우리들도 손으로 골고루 못뿌리는데 하지마라. 비료살포가 얼매나 중요한데..."

에이..영일이 한테서 빌려다 올걸 그랬나?...생각하며 머쓱해 있는데 할배가 기계를 빌려준단다.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대뜸 어깨에 짊어졌다. 휘청~족히 50키로쯤 될까. 무거웠다. 비틀비틀 거리자 또 할배가 혀를 찬다. "에이 안돼겠다. 비이봐라" 내가 하겠다는데도 기어이 할배가 비료살포기를 짊어지고 성큼성큼 논바닥에 들어가 비료를 뿌린다. 50키로쯤 되는 노인네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비료를 뿌려주었다. 황송스러워 몸두기가 불편했다. 결국 그 분 덕분에 힘 안들이고 비료살포를 끝냈다. 8마지기에 2포반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한포반이 남았다. 계산착오다.

 

 

 

 

이제 본격적인 잡초와의 전쟁시즌이다.

제초제를 두번이나 뿌렸지만 그래도 잡초는 자란다. 물속에 있는 어린 잡초는 제초제에 죽지만 이미 물밖으로 고래를 내민 잡초는 농약에 죽지않는다. 결국 사람손으로 뽑든지 우렁쉥이나 오리를 이용해서 제거해야 한다.

논에 자라는 잡초는 대략 10여종쯤 되는데 그중에서 '피'가 가장 강력하다. 피는 벼와 흡사하게 생긴데다 생명력이 끈질겨 여름내내 농민과 씨름하는 장본인이다.  피를 어릴때 제거하지 못하면 벼보다 더 왕성하게 자라 '피밭'이 되기도 한다.

농민들끼리 우스개 소리로 '미운놈 논에 피씨 한줌만 뿌리면 피밭된다'는 말이 있다. 정말 피씨 한줌 쥐고 지나면서 휙- 뿌려주면 그 일대는 온통 피밭으로 변할정도로 피의 번식력을 왕성하다. 생긴것도 벼와 비슷해서 초보자는 뻔히 보고도 지나쳐버린다. 학생농활대가 오면 피뽑기를 시키고 싶어도 피대신 모를 뽑는 바람에 피뽑기를 시킬수가 없을 정도다.

 

이제 한여름 뙈약볕아래 잡초뽑기로 더욱 그을리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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